한때 나는 자기개발서에 빠져 한동안 다른 장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개발서만 읽은 적이 있었다.
주로 느슨해진 삶에 다시 긴장감을 줘야 할 때, 충만한 의욕이 사라져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읽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비슷비슷한 내용과 때때로 느껴지는 꾸지람 같은 어투에 지쳐 읽기를 멈췄고, 이후엔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로 눈을 돌렸다. 그러다 만난 책이 손웅정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이 책을 통해서 손흥민 선수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밖에 없던 뿌리에는 역시 아버지라는 진정한 리더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자신은 무식하고 배움이 짧아 책을 많이 읽고 쓰고 기록했다는데, 이 책은 2010년부터 직접 쓴 독서노트 가운데 여섯권을 기저로 2023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일년여동안 난다 편집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였다.
개인적으로 인터뷰 형식의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화 녹취와 원고정리를 김민정 시인이라는 분이 하셨는데 ‘티키타카’가 잘 맞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또하나 발견은, 작가가 (편의상 작가라고 부르겠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위트와 센스가 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손웅정이 보여준 집요한 독서 습관은 인상 깊었다.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역사, 철학, 인물 탐구, 영어, 한문, 심지어 근육 명칭과 여행 정보까지 두루 읽고 기록하며, 필요한 문장은 수능 공부하듯 외운다는 점은 존경스러웠다.
운동하는 사람은 유난히 시간 개념이 확실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는 오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시간 약속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이 한 시간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한다면 나머지 부분에서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 중 이런 말이 나온다.
다른 무엇보다 자기 관리 못하는 사람은 시간 관리, 돈 관리, 다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원하는 삶이 있잖아요. 그런데 시간은 한계가 있잖아요. 돈은 빌려 쓰기라도 하지, 시간은 빌리기는커녕 저축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저는요, 시간 안 지키는 사람과 절대 상대 안 해요.
p. 31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는 단순한 독서 기록을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손웅정식 철학이 담긴 책이었다. 그리고 그 철학은 내게도 독서와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