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
제목: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저자: 이꽃님
출판사: 문학동네
출간연도:2023년
여름의 청량함을 기대하며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이번 겨울 때문인지 얼른 추위에서 벗어나고 싶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그 청량함이 그리워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다.
청소년 문학이라 여름날 두 남.여 학생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성장과 상처, 치유가 담긴 무겁고 애틋한 이야기라 중.후반 부터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런 감동을 받게되는 책은 참 귀하다.
상처를 지닌 세 사람
소설의 주인공 지오, 유찬, 새별이는 각자의 아픔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여기에 주유, 남경사, 마을 사람들까지의 이야기가 더해져 이야기가 풍부하다.
지오와 남경사는 부녀지간이다. 지오의 엄마와 남경사는 10대때 연애를 하다 지오를 임신하게 되고 마을 사람들을 피해 엄마는 남경사를 두고 몰래 마을을 떠나와 지오를 홀로 키운다. 그러다 암투병으로 지오를 남경사의 고향 '번영'으로 보낸다.
하루아침에 엄마에게 버림받고 엄마를 버린 아버지의 고향으로 가게 된 지오.
같은 반 유찬이는 할머니와 홀로 산다. 부모님을 화재로 잃은 후부터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려 늘 이어폰을 꽂고 생활한다. 타인의 속마음이 들린다라는건 고통이다.
그러다 유일하게 지오의 속마음만 들을 수 없게되고 지오와 함께 있으면 주변의 속마음들이 들리지 않아 편안함에 이르게 된다.
새별이는 번영고의 촉망받는 유도부 학생이다. 부모없이 초등학생 동생 둘을 홀로 키우며 유도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한다. 새별이는 유찬이에게 늘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유도를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마을 또한 특이다. 한때 유도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유도의 명망이 사라진지 오래.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유도를 사랑하고 언젠가 번영고 유도부 새별이가 번영을 다시 한 번 유도로 빛내리라 생각한다.
처음엔 지오가 외지인이라 생각해서 차갑게 대했지만, 유도부라는 것, 남경사의 딸이라는것을 안 이후 애정을 준다.
새별이가 유도훈련을 하기 때문에 홀로 있는 동생들을 온 마을 사람들이 키운다. 유찬이는 유도부는 아니지만, 화재로 부모를 잃은 아픔을 알기에 아껴준다.
세명의 상처가 아려와서 왈칵 눈물이 낫다
지오는 남경사(아버지)가 자신의 엄마를 버리고, 엄마는 자기를 버린 남경사에게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원망스러워한다. 홀로 어린 나이에 자기를 낳고 키우며 고생한 엄마를 대신하여 남경사에게 모진말을 하며 원망한다.
버젓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는 남경사를 보며 가장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지만 엄마는 남경사도 불쌍한 사람이라 말한다.
"나는 너의 웃는얼굴, 우는 얼굴 사랑스러운 모습을 다 봤지만 그 사람은 못봤잖아."
왈칵 눈물이 낫다.
유찬은 어릴적 집이 불탔을 때 부모가 자신을 감쌌기 때문에 자신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화재의 원인이 누구의 잘못인지 알지만, 남경사와 마을 사람들은 빠르게 사건을 종결시켰다. 온마을 사람을 다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유찬이. 아무도 자신의 부모를 위해 불을 끄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그저 사건만 빠르게 종결시키려고 했다고 믿는 유찬이는 원망과 고통과 슬픔 그리고 좌절 속에서 살아간다.
새별이는 스스로 만든 벌속에서 살아간다. 그 고통속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죄책감으로 살아간다.
이 셋의 상처가 너무 큰데, 남경사의 이야기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음이 아파 자꾸만 눈물이 낫다.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
이 소설의 핵심은 결국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청소년문학 소설의 비슷한 패턴인데, 그럼에도 큰 울림을 주기 떄문에 결말을 예상했지만서도 재미있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결말이라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유찬이가 오해했던 일들, 지오가 오해했던 일들, 새별이가 조금은 고통에서 나올 수 있게 된 것. 이 셋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속에서 위로받고 이해받는 것만으로도치유가 될 수 있다는걸 배운다.
모든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무릎엔 초등학교때 넘어진 상처가 흉터로 여전히 남아있다. 흉터를 볼때마다 그떄의 기억이 마치 어제처럼 떠오른다. 하지만 그냥 기억일 뿐이다. '그래, 그때 이런일이 있었지. 정말 아팠었는데.'로 끝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처가, 고통이, 외로움이, 절망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처럼 길게 느껴질떄가 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때가 있다.
나는 상실의 아픔을, 이후의 문제들을 하나씩 처리하면서 여전히 슬픔과 절망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이 과정들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옅어지리라는걸 안다.
지금 ,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깊은 고통속에서 오래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란다. 여름 날 고통의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고 생각하고 차음 그 통이 사라지길 바란다.
유찬이의 아픔이 한입씩 사라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