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저자: 김하나, 황선우
출판사: 이야기장수
출간연도: 2024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틀을 뒤집어 준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김하나 작가님과 황선우 작가님의 공동 집필한 책이다.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 두 분의 싸인 까지 받은 책인데 영원히 소장할만한 책이 생겼다.
망원동에서 조금 떨어진 한 동짜리 서남향 아파트에서 여자 둘, 고양이 넷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을 읽을 때 가끔 ‘나랑 찰떡궁합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당연 이런 책들은 단숨에 읽게 된다. 혹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게 아까워서 한 편씩 느릿느릿 읽기도 한다.
일단, 나는 고양이 한 마리와 둘이 산다. 게다가 몇해 전 이사한 집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은 북서향 집인데 낮과 노을이 오랫동안 집에 머무르는 공간이다. 사람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람 한명이 되자, 외로워졌고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 둘과 고양이 한 마리도 괜찮겠다 싶었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는 혼자 생활하다 어찌저찌하여 (이 긴 이야기를 어찌저찌로 뭉뜽거려되나)망원동 한 동짜리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된다. 야무진 다람쥐 같은 김하나 작가, 무던한 카피바라 같은 황선우 작가님의 동거 이야기가 재밌다.
친자매끼리도 죽자 살자 싸우는데 수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여자 둘이서 가자 고양이를 두 마리씩 데리고 한 공간에 살아간다니 읽지 않아도 딱 일화들이 우르르 쏟아질 만하다.
심지어 고양이들마저 성격이 달라. (너무 귀엽..) 하지만 사람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며 당연히 책과 고양이를 사랑하니 단지 이것만으로도 수많은 차이를 넘어 가족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미니멀리스트 김하나 작가와 맥시멀리스트 황선우 작가의 물건 정리 이야기만 봐도 재밌다. 책장의 책들이 지들 마음대로 꽂혀있거나 눕혀 있거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책장에 책만 있어야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황선우 작가의 책장에 비해 단정하게 꽂혀 있는 김하나 작가의 책장 이야기.
옷이 차고 넘쳐 행거가 몇 번쯤 무너져도 당연한 황선우 작가의 옷 무덤에 비해 한 칸짜리 옷장에 사계절 옷을 다 넣을 정도의 김하나 작가. 어질러진 꼴은 못 보는 나처럼 황선우 작가의 전장 같은 공간을 손수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김하나 작가.
그래도 사람을 먹이고 챙기고 하는 것을 사랑하는 황선우 작가님은 열심히 김하나 작가를 위해 식탁을 가득 채워 준다.
혼자가 되고서 가장 눈에 띄게 변한 생활습관은 더 이상 이렇다 할 장을 보지 않는 것이다. 매주 주말마다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고 찌개와 국을 끓이던 나는 혼자가 되면서 더 이상 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식탁에는 뜨거운 음식보다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혹은 반찬 없이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했다.
때문에, 가끔씩 지인들과 잘 차려진 밥상을 마주할 때면 밥그릇에 가만히 손을 대보고는 한다. 밥공기의 온기가 좋아서.
누군가와 함께 먹을 식사를 차린다면,
무슨 힘에선지 국이라도 하나 끓이고 더운 찬이라도 한 가지 볶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이 살면서 집에서 식사를 준비해서 먹는 횟수는 엄청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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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즐거움이고, 부엌을 관리하고 다스리는 고도의 경영이자
무뚝뚝한 자식과 대화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p.161
책 읽는 내내 ‘나도, 이 둘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연 혹은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고 싶다. 혼자는 외롭다. (내가 외롭다는 말을 하다니)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볶으며 온기를 담아 식탁을 채우고 함께 식사를 하면 좋겠다.
w1c1에서 플러스 1씩 늘어나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