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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본의 계급화: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되는가 리뷰

by gonggibook 2025. 3. 8.

책정보 

제목: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저자: 나영웅

출판사: 지음미디어

출간연도: 2024년 

 

취향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자신의 취향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아직도 나만의 취향을 찾기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SNS를 보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인테리어, 취미활동, 독서리스트, 영화 장르가 뚜렷한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여전히 수없이 쏟아지는 물질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중이다.

내가 무엇에 더 마음이 끌리는지.’ ‘내가 어떤것에 관심이 있는지,’ ‘나에게 정말 어울리는게 뭔지.’를 찾지 못해 드레스룸 옷들은 정장붙 캐쥬얼까지 다양하고 서가의 책들은 자기계발서부터 에세이, 소설, 시집까지 중구난방이며, 인테리어 역시 너무나도 무난하다.

남들은 자기만의 향수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는데 나는 매번바뀌기도 한다. 대체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 것일까? 라는 호기심에서 읽게 된 책 나영웅 작가의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이다. 취향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취향=계급이라는 제목이 끌리기도 했다.

촬영:gonggibook

이 책에서는 부르디외가 주장한 3가지 자본 중 문화자본이 중요한 포인트로 언급된다. 부르디외는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였다. 그는 자본은 첫째 경제자본, 둘째 사회자본, 셋째 문화자본이 있다고 했는데 특히 문화자본은 상류층이 다른 계급 사람들이 상류층과 구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문화적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다. 단지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 상류층이 될 수 있는게 아니다.

문화자본을 통해 은근히 계급간 구분이 뚜렷해진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상호작용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를 아비투스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의 취미는 미술작품감상, 승마, 와인을 즐겨 마시는 것이라고 했을 때 A는 어릴 때 부모님과 미술관에 자주 갔으며 아버지와 함께 어릴때부터 승마를 배우고 부모님으로부터 와인을 자주 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취향으로 얻어진 것이다. 반면 B는 클래식보다는 힙합을 좋아하고, 와인보다는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고,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과 시간을 자주 보낸다. 둘이 어릴때부터 경험했던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도 달라지고 이로 인해 취향간의 계급이 생기는 것이다. 아비투스는 한 사람이 사회에서 경험한 학습한 것이 몸과 정신에 스며들어 개인의 고유한 성향으로 발현되는 일을 뜻한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취향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선택이 되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렇게 생긴 취향이 계급적 구별 짓기에 남용되는 것을 깨우쳐야 함을 알리는 것이다.

 

내가 취향을 찾기 위해 했던 것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최근 혼자로서의 삶으로 살아가기위해 집안을 정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집을 새롭게 꾸미고 싶은데 어떤 스타일로 해야할지 갈팡질팡했다. 미니멀 스타일? 북유럽 스타일? 원목가구로 채운 따뜻한 느낌? 어떤 취향이 내 것인지를 몰라 인스타그램만 이것저것 뒤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집을 자랑하듯이 올려놓은 사진을 보며 대부분 내가 마음에 들었던 인테리어는 결국 고가의 가구나 소품으로 채웠던 인테리어였다. 나의 월 소득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인테리어였기 때문에 비슷한 가구를 좀 더 저렴한 브랜드에서 찾아야 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선택한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가 아닌, SNS에서 번듯하게 보기좋은 인테리어를 따라고 싶었던 것 같다. 이건 사회로부터 선택받은 취향일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몇 년전부터 주종이 바뀌었다. 소주나 맥주를 마셨지만 우연히 와인을 접하고는 더 이상 소주나 맥주는 거의 마시지 않았다. 와인이 주는 분위기도 좋았고 와인바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는 비용이 꽤 비싸긴 하지만 조용하고 서비스가 좋고 깔끔하고 맛있는 요리들이 기분이 좋았다. 와인은 이제 내 취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외식비는 비싸지만 비용만큼 내가 대접받는 기분이라 한달에 한 두 번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지만 접하고 나니 만족스러워 이제는 완전히 나의 취향으로 자리잡게되었다. 늘 함께 소주를 마시던 친구는 와인은 비싸고 부담스럽다며 이제는 나와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술자리 친구들, 지인들도 모두 새롭게 바뀌었고 그러다보니 대화의 주제나 관심이 생긴 활동들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주말이면 주로 집에만 있다가 미술관, 박람회, 운동, 레스토랑, 여행 등을 가게 되고 경제나 교육쪽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실천하게 됐다. 이러다보니 내 삶이 조금 성장한 기분이기도 하다.

소주를 함께 먹던 친구와 나누던 대화의 주제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친구와 단절된 것은 아니다. 다만 주종의 선택하나로 다양한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취향이든 존중합니다.

상류층은 문화자본을 통해 그들만의 세계를 지켰고 그들만의 고상하고 우아한 돈이 많이들어가는 취향을 가졌지만, 나의 취향이 상류층 취향과 다르다고 해서 하찮거나 무시될 건 아니다.

취향이라는 건 각자 개인의 색깔이 듬뿍 들어간 것이다. 촌스러운 옷으로 스타일링을 하는 취향일 수도 있고, 낡고 오랜 물건들로만 인테리어를 할 수도 있으며, 만화책을 잔뜩 읽거나, 클래식보다는 트로트를 좋아할 수도 있다. 나는 한때 빈티지 옷들을 좋아해서 주말만되면 빈티지 옷쇼핑을 했으며 촌스러운 것을 좋아해 꼭 옷이나 소품중에 촌스러운 것을 하나씩 스타일링을 했었다. 남편은 할머니라고 놀렸지만.

 

내가 좋아하고 즐겨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인지, 환경에 의해서 선택되어 진것인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이 우월하다고 알게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도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원하는게 뭔지 잘 생각해보자. 이것은 곧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며 나의 권리이자 선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