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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꼬꼬무인데요?: 책상생활자의 요가 리뷰

by gonggibook 2025. 6. 3.


제목: 책상 생활자의 요가
저자: 최정화
출판사: 창비
출간연도: 2021
 

요가 좋아하긴합니다.

 
요가는 하지 않지만 요가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요가를 주제로 한 책을 좋아한다. 특히나 생각이 많은 나로서는 그야말로 오만가지 잡생각에 내 머릿속이 지배당해서 결국에는 한편의 영화를 뚝딱 만들어낼 정도인데 어릴때부터 ‘잡생각좀 그만해라.’는 말을 습관처럼 듣고 자랐다. 그래서 생각을 그만해야지 하고 나면 이 생각이라는 것이 마치 수증기마냥 점점 더 퍼져서 또 이상한데로 빠지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이 멍 때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멍은 어떻게 때리는 걸까 고민한다. 생각을 중단시키고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를 만든다는데, 마치 라디오를 끄는 형태라고한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 빈티지 금빛 라디오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라디오를 끄는 손이 상상된다. 빈티지 라디오를 상상했다가 평소 사고 싶었던 턴테이블을 떠올리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검색까지 하게된다. 세상에 이 정도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면 이건 뭔가 머릿속에 펑하고 과부화가 걸릴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더욱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가를 주제로 한 책을 읽다보면 저마다 생각을 지우고, 마음과 머릿속을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요가의 동작에 집중하다보면 한곳에 집중이 되고 결국엔 생각이 정리되고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몰입이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들 읽다보면 ‘나는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요가생활자들에게 대리만족이 되어 자꾸만 요가책을 읽게되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책상 생활자의 요가’도 그저 제목에 ‘요가’라는 단어와 표지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사슴, 게다가 출판사가 창비(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 이유는 없음.)라 선택한 책이다.

 
저자는 ‘바보’라는 단어조차도 제대로 내뱉어 본적없는 사람인데 요가를 할 때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와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서른살이 되어서야 ‘바보’라고 친구에게 내뱉고는 너무 당혹스러워서 다시는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단다. 그러다 요가 선생님이 요가 동작을 위한 멘트를 하면 그에 대응하는 욕설이 흘러나왔다고한다. 그 일로 마음고생을 꽤 했다고 하는데 심지어 요가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요가는 이완이라는데 마음속에서 욕이 흘러나올때마다 몸이 굳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요가 동작이 힘들긴 한가보다. 동작 멘트에 욕이 흘러나오다니.
 

요가하면 잠을 잡니다만.

 
고3수능을 마치고 3개월정도 요가를 한적이 있었다. 굴러가는 나뭇잎에도 깔깔거리며 미친듯었던때라 모든게 즐거웠지만 최악의 수능을 마친 후 나는 정말 말라비틀어가는 낙옆이 되어 있었다. 한 달만에 8킬로그램이 빠지고 정신상태가 마른 오징어가 되어갈 때 왜인지 요가를 하게되었다. 요가 동작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요가만 하면 그렇게 잠이쏟아졌다. 반수면 상태로 눈감은 상태로 동작을 하고 정신은 이미 혼미해져 거의 가수면 상태에 이르렀다. 동작이 마무리되고 누워서 마무리 명상을 할때면 이미 숙면 모드에 돌입했다. 요가 선생님은 나의 귓가에 ‘잠들면 안됩니다.’라고 반복했지만 잠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두 다리를 흔들어 깨울 지경이었다. 신입 때 동료와 함께 요가를 잠깐 한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역시 요가만 하면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깨달았다.
‘요가야 말로 나와 찰떡이다. 몸에 혈액순환이 잘되나보다.’ 하지만 나의 깨달음과 달리 요가 선생님은 잠드는 나를 못마땅했다. 결국 2개월정도 하고 그만뒀다.

집에서 종종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명상을 시도할때도 있었는데(매일아침 명상하면 부자가된다는 영상을 본 후) 나에게 명상은 옥죄는 갑옷과도 같았다. 저자도 명상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때 오히려 집중이 잘되었다고 말한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매일 그냥 한다.
하다 보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에게 명상은 아직 양치질이다.
이 사이에 뭐가 끼었을 때 바로 양치질을 해서
빼내듯이 마음에 불순물이 끼었을 때 명상을 한다.
음식의 맛을 더 잘 느끼기 위해 식전에 물로 입가심을 하듯이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 명상을 한다.
 

두, 세시간만에 완독했는데 가볍고 읽기 쉬운 책이라 혹시라도 요가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나도 명상을 양치하듯이 가볍게 접근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