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
제목: 재인, 재욱, 재훈
저자: 정세랑
출판사: 은행나무
출간연도: 2021 리커버에디션
판타지는 관심 없어요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느 한 분야만 애정하는 분야의 글은 없지만서도 유독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읽는데 바로 '판타지 소설'이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조차도 판타지나 SF 영화는 눈길을 주지 않는데, 나에게는 말그대로 공상일뿐이기 때문이다.
소설 중에서도 논픽션 같은 픽션을 좋아한다. 어디에서나 한번쯤은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일들을 글로 지어낸게 읽기에 마음이 더 편하다.
정세랑 작가님은 워낙 많이 들어봤고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꼭 읽어보기를 추천했기 때문에 결국 언젠가는 내가 이분의 글은 한번은 읽어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선택한게 바로 '재인, 재욱, 재훈'이다. 우선 책이 가벼웠다.
'그래, 어차피 읽어야 한다면 가벼운 걸 읽자.'해서 선택한 책인데, 주말 오전 호다닥 다 읽을만큼 재미있었다.
'뭐야! 나 판타지 좋아했나봐.'

초능력이라기엔 뭔가 허술하지만 그거 초능력 맞아요
재인과 재욱, 그리고 재훈은 3남매는 함께 여행을 가다 국도 도로변 칼국수집에서 다같이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다. 그날 이후 곧 3명에게는 초능력이 맞나 싶을 능력이 하나씩 생긴다.
대전 연구원으로 있는 첫째 재인은 아주 튼튼해서 일반손톱깎이로는 다듬울 수 없는 손톱이 자라고, 아랍R공단에 파견을 나가게된 둘째 재욱에게는 위험한 일이 생길 때 시야가 붉게 변하는 능력을, 조지아 염소농장으로 외국어연수를 간 셋째 재훈은 엘리베이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
초능력이라면 자고로, 하늘을 날거나 물건을 염력으로 움직이거나, 어마무시한 파워로 달려오는 트럭한대쯤은 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손톱이 뭐람. 읽으면서도 하찮은 초능력을 과연 세남매는 어떻게 사용해서 사람들을 구할까 궁금했다.
각자 세남매는 어느날 의문의 택배를 받게 되는데 재인은 손톱깎이와 save1이 적힌 종이를, 재욱은 아랍의 사막 멀리까지 비춰지는 레이저포인터와 save2, 재훈은 열쇠와 save3가 적힌 종이를 각자 받게된다.
save라면 구하라는 것 같은데 1명, 2명, 3명? 초능력이 소소하여 구해야 하는 사람도 이렇게 소소한걸까.
강철같지만 쑥쑥 잘자라는 손톱을 가진 재인은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활용해 손톱을 배양해서 옷감에 부착하여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 (이거는 아주 소소한 내용이라 스포일러가 될 수 없다.)
재욱은 자신의 시야가 붉어질때마다 위험한 일이 생긴다는 걸 알았고 설계사로써 도면을 보며 미리 사고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지루하기만한 사막의 밤을 보며 매일 레이저를 쏘아대는데, 붉은 레이저 빛을 따라 사막을 건너온 두명의 소녀들을 만나게 된다.
재훈은 조지아 염소농장에서 지내며, 고등학교를 다니는데 영어도 곧잘하게되어 친구들과 어찌저찌 잘 지내게 된다. 그러다 환각 버섯을 먹은 두 청년들이 학교로 들어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어쩌면, 히어로는 구조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재인과 재욱, 재훈은 과연 누구를 구했을까? 정말 구할 수 있을까? 조바심 내며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라 독자들도 지루하지 않게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맨, 아이언맨 등 히어로물을 보면 우리의 히어로들은 왜 그렇게 사연이 많은지, 자신들이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타인이 겪는 두려움과 슬픔에 더 공감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우리는 늘 히어로가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히어로는 구조자라는 공식을 정답처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재인 재욱, 재훈은 구조자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다시 정비하고 나갈 수 있도록 구해지는 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겪는 사건들로 하여금 각자 자신의 능력이 생긴 원인도 다르게 생각하며 미래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세 남매. 이 일을 계기로 그들의 삶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는 길로 갈 것이다.
가독성이 좋은 책이니, 여행을 간다면 챙겨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