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처서이다. 태양의 위치가 지구 궤도에서 15도씩 이동할 때마다 절기가 하나씩 생기는데, 24사절기이다. 절기는 농사를 짓는 이에겐 또다른 달력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벚꽃이 피면 정말 봄이구나 생각하지만, 첫 번째 절기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린다. ‘입춘대길’이라는 봄을 맞이하여 문앞에 붙어있는 걸 한번쯤은 봤을 터다.
여름의 시작인 입하를 지나 이번주면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시작된다.
더위가 그친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싶다. 여름은 내게 힘든 시기라 좋아하기 힘든 계절인데, 여름을 다루는 책은 좋아한다.
시원한 곳에서 여름을 읽는 즐거움은 ‘여름을 나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아무튼 시리즈 중, 재미있게 읽은 [아무튼, 여름] 김신회 작가님의 책을 한번 더 읽었다. 지난 국제도서전에서 새롭게 리뉴얼 된 [아무튼, 여름]을 보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이번책은 기존의 글에, 작가님이 새로운 글을 더 보태어 새롭게 출판됐다는데 분명히 이전 책에서도 나욌던 글임에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여름은 청량하면서도 아련함이 있다.
두근거리는 첫 사랑도, 뜨거운 사랑도, 연인과 헤어지고 자꾸만 울렁거리는 목젓을 꾹 누른체 뒤돌아 설 수 밖에 없는.
모두다 여름속에서 시작되고 끝이난다.
아무튼, 여름은 작가님의 여름 에피소드들이 하나같이 재미가 있어 끝페이지로 갈수록 아까워지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좀 더 두툼해진 분량으로 돌아왔으니 다행인건가.
이 책은 여름과 함께 성장하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과향이 날 것만 같은 여고생 둘이 하교 후 헤어지기 아쉬워 버스를 몇 번 보내고 정류장에 서서 조잘거리는 모습,
맥주봉지를 휘적휘적 흔들며 자정의 귀갓길 모습,
기념할만한 일이 있을 때는 백화점 과일 코너에서 샤인머스켓을 사는 모습
대나무 돗자리를 거실 바닥에 펼 수 있는 계절
진정한 맥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계절
복숭아가 정말 맛있는 계절
비록, 샤워하고 나와도 금방 땀이 삐질 삐질 나고 물을 틀면 미적지근한 물이 얼마간 나오기도 하고, 기상청의 예상을 날마다 뒤엎는 오락가락 날씨까지 찝찝한 계절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아무튼 시리즈 책들은 작고, 가벼워 부담없이 가방에 쏙 넣고 어디서든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이외 다른 아무튼 책들도 꽤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무튼, 여름]이다.
곧 처서가 지나고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오기 전 여름을 좀 더 붙잡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