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
제목: 내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저자: 한정원
출판사: 난다
출간연도: 2024
유튜브채널 공기북:https://youtu.be/gOn0SO_u3K0
좋아하려는 마음으로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각자의 달을 맡아 쓴 12권의 책 중, 한정원 작가님의 ‘내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시와 산책’을 통해 한정원 작가에게 푹 빠져 바로 읽게 된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이 책은 시와 산책 이후에 4년 만에 신작으로 내놓은 책으로 8월을 주제로 에세이, 사진, 시가 실려있는 책이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들쩍지근한 내음이 나는 책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어느 편을 펼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글이 역시 한정원 작가님만의 특유의 감성에 담겨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한정원 작가님은 가을과 겨울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시와 산책에서도 이 부분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작가는 8월은 싫다는 말을 하기 싫어서, 마치 여름날만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8월의 아름다움을 좀 찾아보자, 사랑하는 마음을 좀 가져보자 라는 의지가 담긴 제목으로 지었다고 한다.
작가님은 여름이 좀 힘든 계절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실제로 무거운 기쁨이라는 편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열기에 맥을 못 추는 사람.
여름이면 병인처럼 누워 지내곤 했다. 요 몇 해는 정말 병인이었고.
이 구절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는데, 실제로 내게는 여름이 버거운 계절이다. 많이 아프기도 하고, 기운이 쭉 빠져 모든 일에 생기가 없다. 생일이 7월이라 생일 주간만 되면 유난히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 여름은 마치 오지 않았으면 하는 징크스의 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름을 조금이나마 기대하는 이유는 여름날만이 가질 수 있는 청량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유자하이볼과 좋아하는 영화의 OST를 틀어놓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 그 시간을 정말 사랑하는데, 이 시원한 하이볼은 꼭 더워지는 여름에 마셔야 굉장히 맛있기 때문에 여름을 기다리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당당하고 등등한 푸름을. 푸름을 가벼이 저버리고 소나기를 내리는 패기를.
패기를 무효하는 천진한 무지개를.
나는 여름의 밤을 조금 사랑한다. 흙과 풀의 낮의 끈기가 뒤섞인 냄새를.
짝을 찾는 맹꽁이의 전신전력의 소리를. 한바탕 꿈을 꾸기에 알맞은 짧음을.
나는 여름의 물기 많은 과일을. 헐건 옷 속으로 들어오는 낮은 바람을.
오수에 빠진 사람과 동물의 방심한 얼굴을 조금 사랑한다
[ 8월 7일 에세이]
여름날에만 느낄 수 있는 끈적끈적한 바람, 무게가 느껴지는 바람, 풀향이 섞여있는 듯한 공기의 냄새, 노을이 질 때 유독 붉은 듯 푸른 듯 주황빛으로 물드는 노을 이런 것들이 한데 섞여서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여름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처럼 여름이 조금 버거운 사람에게는 여름을 사랑하기 위해 혹은 여름을 조금이나마 좋은 눈으로 보기 위해 자기만의 특별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시집이면서 에세이 책이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진첩이기도 하다. 가볍게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