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
제목: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저자: 야기사와 사토시 소설
출판사: 다산북스
출간연도: 2024
첫 출간으로부터 13년만에년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
야기사와 사토시 작가의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이라는 책은 이례적이게도 첫 출간으로부터 13년이 지난 2023년에 영미권에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전 세계 30여 국가에 판권이 팔려, 꾸준히 번역되고 있다. 실제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쿄의 진보초 고서점거리에는 이 책을 읽고 성지순례를 위해서 찾아왔다는 관광객들도 꽤나 많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서점을 자주 가는 편인데, 제목에 이끌려서 선택한 책으로 실제로 주인공들의 배경이나 사연들이 탄탄하게 잘 짜여 있어서 반나절 만에 술술 재미있게 읽힌 책이다.
이 책의 간략한 줄거리는 여우 주인공 다카코가 같은 회사에 다니던 남자친구 히데아키와 1년 동안 교제 중이었는데 어느 날 히데아키가 갑작스럽게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말을 꺼낸다. 그것도 같은 회사 여자 동료와. 다카코는 충격을 받고 회사도 그만두고 집에 콕 틀어박힌 채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를 걱정한 어머니가 다카코의 외삼촌인 사토루에게 부탁해서 자기의 딸을 좀 잘 돌봐달라고 말한다.
외삼촌 사토루는 진보초 헌책방 거리에서 오래된 모리사키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다카코에게 모리사키 서점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다카코는 내심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삶보다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모리사키 서점에 가게 된다. 그 서점에서 오래된 책들의 냄새를 맡고 오래된 책들만큼이나 느릿느릿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서 조금씩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내게 된다.
“책을 통해 이런 멋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까지는 전혀 몰랐다.
왠지 지금까지 인생을 손해 보며 산 것 같은 기분조차 들었다. 더 이상 게으르게 자고 또 자는 짓은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잠 속으로 도망쳐 들어가는 대신 외삼촌과 번갈아 가며 가게를 보면서 내 방에서든 카페에서든 책을 읽었다.
헌책 속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역사가 쌓여 있었다.
이건 결코 책의 내용에 관해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한 권 한 권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그 흔적들을 나는 여럿 발견했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속에 외삼촌인 사토루와 외숙모의 모모코 사이의 이야기가 참 인상이 깊은데, 이 둘 사이에 오랜 시간 동안 묵혀온 오해 그리고 거리감이 있었지만, 서로를 탓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다려주고 천천히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늘 항상 마음을 열어놓는 이 둘 사이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결국에는 서로가 천천히 회복을 통해서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참 감동적인데, 결국에는 사람 사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를 하는 게 아니고,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기다려주는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모리사키의 헌 책방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쫙 펼쳐지는 듯했다.
빼곡히 책장에 꽂혀있는 다양한 오래된 책들에서 나오는 그 분위기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마치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책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진보초의 고서점 거리를 꼭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