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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리뷰

by gonggibook 2025. 6. 8.

제목: 첫 여름, 완주

저자: 김금희

출판사: 무제

출간연도: 2025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첫 책 첫 여름, 완주에 대한 영상, 기사 들이 연이어 업로드 되고 있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다 알법한 책을 읽었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완주라는 단어가 끝까지 달린다, 달렸다 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소설 속 지역명이기도 했다. 오디오 북으로 제작하기 위해 지어서인지 글을 읽고 있지만 장면 하나하나를 보는 느낌이다. 싫어하는 글 중 한 단어를 혹은 한 문장을 읽는데 너무 많은 설명이나 꾸밈말인데, 이 책은 소리를 표현하는 글이 많음에도 담백한 맛이 있어 빠르게 독서를 완주(?)하였다.

 

주인공 손열매는 같이 동거했던 고수미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때인 돈을 받지 못해 고수미를 찾다가 그녀의 고향 완주로 내려간다. ‘완주에는 고수미는 없지만 그녀의 엄마가 작은 슈퍼를 하며 장의사로 살고 있었고, 마을에는 입은 무겁지만 묻는 질문에는 다 이야기하는 이장님, 한 대 꽤나 유명했던 샤넬반려견을 키우는 여배우, 옆집 여고생 양미, 간디와 푸틴이 살고, 고수미가 외계인이라고 기록한 의문의 인물 어저귀가 산다.

 

작은 시골 동네 완주지만, 사람들의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 결코 작지 않은 동네가 되었다. 골프장을 짓는 대신 보상금을 받고 마을을 떠나가게 하기 위한 구회장과 용운엄마. 골프장 개발 동의서에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날마다 동의서 도장을 받으러 오는 용운엄마를 뭐라하지 못하는 사연. 어저귀는 왜 외계인이 되었는지.

 

끝까지 읽고 나면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는 아님에도,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게되는 이유는 김금희작가의 특유의 흡입력 때문이 아닐까. 주인공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명확해서 지루하지 않아서 일까. ‘완주라는 단어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는 리뷰를 봤는데, 나는 완주는 그냥 단순 지역 이름으로만 느꼈다. 완주에서의 여름이야기로 생각하면 너무 단순한가 싶기도 하지만 책이야 저 마음으로 읽으면 되지.

어저귀는 외계인이 맞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안심을 한다. 자연속에 살지만 자연을 무시하고, 곁에 있던 오랜 사람을 소홀히하고 잊는다. 어저귀는 400년넘게 살아오면서 숲의 모든 것들과 친교한다. 세상 모든 존재들이 끊임없이 서로 대화하며 살아가지만 인가들은 각자 저마다 방식으로 이탈하여 살아간다. 나무와 대화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끼는 어저귀가 외계인이 아니라면 뭐라고 설명할까.

 

이제 여름이다. 낮 기온이 29도가 되더니 통창으로 된 집의 낯 기온은 33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느끼고 싶다면 통유리창에 살면된다. 에어컨을 남들보다 빨리 작동 시켜야 하고, 온수매트를 더 빨리 꺼내야 하는 묘하게 돈이 많이 드는 집이다. 여름은 싫은데 또 여름이 좋다.

이 책은 여름을 글로 볼 수 있다. 글만 읽었는데 눈 앞에 여름이 펼쳐져 초록 잎들이 일렁인다.

 

여름을 왜 식히는 겨, 여름이 여름다워야 곡식도 익고 가을, 겨울이 넉넉해지지. 순시를 거스르믄 좋을 거 읎어. 털도 내리쓸어야 빛이 나는 겨. (123p)